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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 설악산 종주 (진부령에서 미시령까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성배(23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1-11-18 17:12 조회4,890회 댓글1건

본문

설악산 종주 (진부령에서 미시령까지)

 

아침 6시 30분에 맞추어 놓은 자명종이 울리기도 전에 이미 잠이 깨었다

늘 떠남은 설레임이기에 몸이 제 먼저 알고 이미 내 의지를 앞서간다.

어제 이미 꾸려 놓은 베낭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동계복장을 뺄 것인지를

고민하였다. 들기에도 부담스러운 무게인데 이 베낭을 메고 하루 평균 12시간을

걸어야 할 것이 너무 걱정이 되었다. 망설이다가 산과 강원도의 날씨 변화에

자신이 없어 결국 빼지를 못했다.

지하철에서 선배와 동기를 만나 노포동 터미널에 도착하고 우리는 09시 34분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포항, 망양휴게소, 동해, 강릉을 거쳐 속초에 도착한 시간이 17시 40분, 장장

8시간에 걸친 여행에도 피곤을 느끼지 못하고 즐거운 것은 이번 산행에 대한

기대와 올라오는 내내 아름답게 펼쳐진 동해 바다와 온 들판과 산야를 물들인

가을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도 많이 다녀 눈 감아도 선한 길인데도 동해국도는 볼 때 마다 아름답고

새로워 올라오는 내내 차창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터미널에 마중 온 군인 친구의 차에 타고 이마트에서 부식과 통조림

그리고 비상식량인 라면과 마른 반찬 몇 가지를 추가로 구입하고, 친구 부대의

일출회관 숙소로 향했다. 방에서 짐을 풀고 다시 구입한 짐을 넣고 물통에

물을 채우니 베낭은 쉽게 30킬로를 넘어섰다.

회관 식당서 삼겹살과 소주로 결의를 다지고 22시 30분 잠자리에 들었는데,

선배의 코고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잠이 들었다 싶었는데 휴대폰 알람소리에 잠이 깨었다 새벽 3시, 짐을 정리하고

회관로비에서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시고 마당에 나서 기온부터 살폈다.

하늘에 둥근 달이 서녘에 떠 있고 맑은 밤하늘에 별들이 손 뻗으면 잡힐 듯

가까웠다. 생각보다 춥지 않은 날씨에 안심하면서 대청봉 산마루를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으니 친구가 부인과 함께 차를 가지고 왔다. 마음 착한 친구 부인은

김밥을 싸가지고 와 우리의 아침 걱정을 해결해 주었다.

대학 때 같은 학과 친구로 만나 늘 붙어 다닌 몸이라 형제보다 더 가까운 친구는

항상 한결같이 믿음직스럽다. 내가 포기한 군인의 길을 끝까지 지키는 친구에게

고마우면서도 죄스러울 뿐이다. 이번 사단 군수참모 보직을 끝내고 부산 군수

사령부로 발령이 났다니 부산 오면 그동안 죄스러움을 좀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했던가?  있을 때 보다 떨어져 있어도 늘 생각나고 고마운 사람이 주위에 많다는 것이 또한 참 행복한 일이다. 젊은 지성과 낭만을 함께하고 이제 중년이 되었어도 항상 한결같은 그 친구의 고마움을 다시 가슴에 새기는 사이 차는 어느새 진부령 스키장에 도착했다.

 

 지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후레쉬를 꺼내고 우리는 친구와 작별을 하였다.

이제부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무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길이다. 가보지 않았고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며, 얼마나 힘들지도 모르는 길, 의지할 것은 내 두 다리와

내 의지 그리고 같이 가는 선배와 동기의 무언의 격려.....

도전에 대한 응전이 인간의 역사이듯 고통에 대한 극복이 인간의 삶일 것이다.

내 양어깨에 매달린 베낭의 무게는 또한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일 것이다.

 

 가파르게 치달은 스키장 슬로프 길을 따라 힘찬 첫 발을 내 디뎠다. 테니스로 단련된 몸들이지만 우리의 근육은 산행에 쓰이는 근육과 테니스에 필요한 근육이 다름을

몇 발 떼지 않아 절감한다. 중턱도 오르지 않았는데 숨이 차고 벌써 종아리 근육이

고통스럽다. 밤이고 또 초행길이라 내가 앞장서고 선배가 중간 그리고 동기가

제일 뒤에서 대형을 유지했다.

달빛과 후레쉬 불빛에 의지하면서 연신 숨을 몰아쉬면서 오른 진부령 스키장 슬로프

길은 만만치 않은 강원도 산의 매운 맛을 우리에게 맛보여 주었고 몇 번을 쉰 끝에

한 시간 걸려 마산봉에 도착했다. 벌써 땀이 온몸을 적시고 호흡은 거칠고, 어깨는

베낭에 눌려 욱신거리기 시작하였다.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동해 바다 한 가운데서

해가 솟고 있었다.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정상도착과 일출이었다. 잠시 일출의 황홀경에 빠지고 나서 주위 경치를 감상하다  뒤를 보니 향로봉이 널찍이 펼쳐져 있다.

그 너머는 북한일 것이다.

 

 햇살이 퍼지는 병풍바위 좌우능선에 온통 단풍이 도열을 하고 경치에 빠져 하염없이 한참을 걷다 앞서 가던 선배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멈추어 섰다.

길은 있으나 사람의 자국이 너무 없고 또 나뭇가지를 수놓던 산행리본이 없다.

지도를 꺼내놓고 산과 비교해 보니 아까 병풍바위 정상에서 왼쪽으로 내려섰어야 하는데 곧장 온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한 것은 선배의 연륜과 경험 때문이었다. 다시 역행군, 40분을 허비했다. 그러나 잘 못 들어 선 길을 고집하면 모든 것이 잘 못된다.

살면서 우리도 가끔 잘못 된 길을 걸었으리라. 아마 잘 못 된지도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고,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되돌릴 수 없었을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에는 몰랐는데 지금 어느 정도 철이 들고 인생을 알만한 나이가 되니, 한 번 잘못 든 길이 얼마나 삶에 다른 결과로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그 차이는 처음에는 아무 것도 아니고 몇 발 차이나지도 않는데, 이 산행처럼 한 길은 능선을 따라가고 한 길은 산자락 끝 계곡에 닿아 있듯이......

 

병풍바위 정상서 다시 길을 잡아 내리막길이 끝나자 또다시 암봉의 긴 가풀막, 호흡소리와 무거운 발자국 소리로 서로의 힘듬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09시 20분 큰 새이령에 도착하고 보니 마산봉 정상서 먹은 김밥 한 줄은 어디로 갔는지 벌써 배가 고프다.

선배와 동기가 용대리 방향 계곡으로 물을 확보하러 가면서 나보고 밥을 하란다.

별 생각없이 그러마했는데 아차, 살면서 여태껏 내 손으로 밥을 한 번 해 보지 않았는데 감감할 뿐이다. 세명의 한 끼 식사로 얼마의 쌀을 넣어야 하는지 자신이 없어 

일행이 오면 쌀량을 알아보고 넣으려고 물만 끓였다. 물이 끓을 때 쌀을 넣으면 밥이

빨리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

물을 떠온 선배가 쌀 넣었냐고 묻다가 내 이야기를 듣고 포복절도한다. 세상에 끓는 물에 쌀을 넣어 밥을 하는 조리법은 처음 본다고.....

 

 내가 열심히 끓인 물 때문에 그날 산에서의 첫 취사는 완전히 삼층밥이었다. 그나마

선배가 두세 번 다시 물을 넣어 뜸을 들인 탓에 설익은 밥은 면한게 다행일 뿐이었다. 10시 30분 다시 산행이 시작되고 두 시간의 오르막을 기어오르고 나니 신선봉에 도착했다. 뒤돌아보니 불붙은 병풍바위와 안개 속에 희미한 향로봉이 아득히 보였다. 서서히 체력의 한계가 오는 속에 쉬는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기듯이 오른 상봉에 도착한 시간이 13시 35분, 거의 기진맥진이다. 이젠 배낭을 벗는 게 아니고 아예 베낭과 함께 뒤로 넘어진 후에 팔을 배낭끈에서 빼낸다.

한참 누워 있다가 걸어 온 길을 돌아보니 그 힘듬 속에서 사람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서운지 걸어온 길이 까막득이 보인다. 뒤로 안봉 병풍바위 향로봉, 앞으로 미시령 황철봉 그리고 보일 듯 말 듯 대청봉이 우뚝 서있다

종주 간에는 지름길이 없다 오직 한길 그 정해진 길을 따라 가야한다. 또 종주는 일반 산행과 달리 내려가는 만큼 고통이다. 일반 산행은 정상에 올랐다 내려가면 끝이지만 종주는 내려간 만큼 또 올라야하기에 차라리 내리막길이 없는 것이 더 났다.

선배의 '입에서 령(嶺)이 싫다, 고개가 싫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지친 상태에서 내리막길은 오르막 못지않게 고통스럽다. 크고 작은 산을 몇 개나 더 넘고 두 시간이 지나서야 오늘의 목적지인 미시령에 도착했다. 15시 20분, 거의 10시간 산행에 지친 몸을 휴게소 식당서 메밀전병과 순대 탁주로 씻고 미시령휴게소 축대 아래 텐트를 쳤다. 저녁은 휴게소 식당의 황태정식으로 해결하고 20 시에 잠을 청했다. 얼마나 땀을 흘렸던지 몸과 옷에서 땀내음이 진동하고 고통스러운 어깨와 발은 이젠 아프다 못해 아려온다. 첫 비박이라 선배는 자꾸 추위걱정을 한다.

 

 바람과 별과 가을이 좁은 텐트에서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미시령 하늘을 밝힌 명월이 가만 내 가슴에 안기고 있었다

 힘들어도 가야한다

 내 꿈과 내 자유를 위하여

 살아가는 것이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차라리 고통까지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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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차동박(14기)님의 댓글

차동박(14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래 전,
차도 없고,
시외버스밖에 모르던 시절,
한 살림 가득,
머리 높이 이고 지고 다녔던
그런 기억을 떠 올리게 합니다.

자랑스러운 훈장같은
설악산 종주에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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